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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악사`로 1분에 1달러도 못 번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도 러시아워의 바쁜 도시인의 발길 못잡아

J-Only
조슈아 벨.
미국 워싱턴 랑팡 플라자(L'Enfant Plaza) 지하철 역. 이곳은 블루, 그린, 오렌지, 옐로 등 4개선을 모두 갈아탈 수 있는 유일한 환승역이다. 워싱턴 지하철 역 중 가장 붐비는 곳이다. 미 연방 청사로 출근하는 정책 분석가, 프로젝트 매니저, 예산 심의관, 컨설턴트 등 고학력 출신의 고급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1월 12일 금요일 오전 7시 51분 랑팔 플라자 역에 청바지 차림에 긴팔 T셔츠, 워싱턴 내셔널스 팀의 야구 모자를 눌러 쓴 바이올리니스트가 악기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냈다. 주머니에 있던 1달러짜리 지폐 몇 장과 동전 몇닢을 '종자돈'으로 악기 케이스에 던져 놓았다.

바흐의'샤콘 d단조'를 시작으로 45분간 미니 독주회가 시작됐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마누엘 폰체의 '에스트렐리타', 마스네의'타이스의 명상곡', 바흐의'가보트'등 모두 6곡을 연주했다.

이 '거리의 악사'는 다름 아닌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39)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선데이 매거진 취재팀의 요청으로 몰래 카메라까지 동원한 '실험 무대'였다. 4월 8일자 워싱턴 포스트 '선데이 매거진'의 커버 스토리의 제목은 'Pearls Before Breakfast'(아침식사 전의 진주들)

조슈아 벨은 워싱턴 지하철에'출연'하기 3일전 보스턴 심포니 홀 무대에 섰다. 보스턴에서 그의 연주를 들으려면 적어도 100 달러(약 9만원)은 내야 했다.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다.

'거리의 악사'로 분장한 조슈아 벨은 아침 출근길 러시 아워 45분간 과연 얼마를 벌었을까. 취재진은 악기 케이스에 쌓인 돈을 세보기 전에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음악감독 레너드 슬래트킨에게 먼저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150 달러'였다. 훌륭한 연주였을 테니 틀림없이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모여서 음악을 들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1000명 가운데 75명 내지 100명 정도는 잠시라도 서서 음악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레너드 슬래트킨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미리 설치해둔 '몰래 카메라'에 담긴 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45분간 이곳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 1097명. 잠시라도 서서 음악을 들은 사람은 단 7명뿐. 동전 한 닢이라도 던져 놓은 사람은 27명. 조슈아 벨의 바이올린 케이스에 모인 돈은 고작 32 달러였다. 조슈아 벨이 평소 받는 개런티를 역산한다면 1분에 1000 달러(90만원)쯤 된다. 하지만 워싱턴 지하철 역에서는 1분에 1달러도 못 벌었다.

워싱턴 사람들은 '훌륭한 연주'에 잠시라도 귀기울일만큼 여유가 없이 바쁜 것일까. 아니면 비싼 입장료를 내고 음악회가 가는 사람들은 '연주'보다는 연주자의 유명세에 값을 치르는 것일까.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from 'Leisure' by W.H. Da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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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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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리나는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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