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엄마는 현금인출기가 아니란다"
아이에게 '돈의 소중함' 깨우쳐 주는 법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는 초등학교 3학년 상원이(가명)네 집에는 화수분을 방불케 하는 '용돈 바구니'가 있다. 엄마, 아빠, 외할머니가 쓰고 남은 동전과 1000원짜리를 "상원이 쓰라"며 던져놓는 곳이다. 상원이는 매일 아침 바구니에서 한 움큼 돈을 집어 세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고 학교에 간다. 상원이에게 돈은 집안 가득한 장난감들 중 하나일 뿐이다.

25~35세 기혼여성(2005년 기준, 통계청 자료)의 출산 자녀 수는 평균 1.37명. '외동 자녀' 가정이 상당히 많아졌다. 엄마 아빠는 물론 양가 조부모까지, '귀한 자식'을 위해 언제라도 열리는 지갑이 여섯 개나 되는 이른바 '식스 포켓(Six Pocket) 세대'는 돈 귀한 줄 알 턱이 없다.

그런데 문득,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풍요롭게 지내던 아이가 정글같이 살벌한 사회에 홀로 서서 '땅 파도 100원짜리 하나 안 나온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깨닫는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몰려온다. 너무 늦기 전, 아이에게 '돈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전문가들에게 들었다.

▲ 온 가족의 귀여움을 받아 돈을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아이에겐‘엄마 아빠의 월급’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월급 명세서로 경제교육 시작해요

매달 나오는 월급 명세서를 버리지 말고 집에 가져와 아이의 경제 교육 교재로 활용해 보자. 돈이 게임 속 상금처럼, 놀다 보니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이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월급은 단위가 커서 아이가 그 규모를 실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입금액을 일한 날로 나눠서 "엄마 아빠가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올 때까지 일하면 돈이 이만큼 생긴다"고 설명하는 걸로 '월급날 돈 얘기'를 시작하자. '닌텐도 Wii' 같은 게임기, 최신 휴대폰 등 아이가 그동안 쉽게 획득했거나 당연한 듯 요구하는 물건들을 '하루 수입'과 비교해 봐도 좋다.

월급에서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관리비, 학원비 등 매달 '꼭 들어가야 하는 돈'을 빼면서 돈 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볼 수도 있다. 계속되는 뺄셈으로 아이가 지루해 하면 진짜 돈을 인출해 와서 "이게 한 달 월급인데 관리비로는 이만큼…" 하는 식으로, '사라지는 돈'을 아이 눈앞에서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단, '엄마가 이렇게 뼈빠지게 버는데' 식으로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가족 이벤트에 아이도 한몫 보태자

삼촌의 결혼식, 여름 휴가 같이 큰돈이 들어가는 가족 대소사(大小事)에 아이를 참가시켜 '목돈'의 개념을 가르친다. 아이가 보탤 수 있는 돈은 많지 않겠지만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확실하게 알려줘야 교육 효과가 크다. 여름 휴가에 아이가 5000원을 보탰다면 "고속도로 통행료는 네가 보탠 돈으로 냈단다", 삼촌 결혼식에 아이가 2000원을 냈다면 "삼촌 집에 있는 커플 젓가락은 네 돈으로 산 거야"라고 말해주는 식이다.

용돈 규모는 아이와 함께 결정하자

아이마다 생활 패턴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용돈에는 '정답'이 없다. '옆집 엄마'에게 "용돈 얼마나 주세요"라고 물어보는 대신 아이에게 "용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함께 계산해 볼까"라고 제안해 보자.

집에서 나가 학교에서 생활하고 돌아올 때까지를 상상하면서 지출되는 돈을 종이에 죽 적는다.

'학교 갈 때 지하철 500원, 집에 올 때 지하철 500원, 학원 가기 전 간식 2000원' 등 매일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을 먼저 적고 친구 생일선물, 액세서리, 장난감 등 비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한 달 기준'으로 얼마가 되는지를 계산해서 '예산'을 정한다. 여기에 저축을 위한 여유분 20% 정도를 더해준 후 아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입금하도록 가르친다. "3만원이 되면 엄마가 5000원을 추가로 넣어줄게" 하는 식으로 인센티브(incentive)의 개념을 더하면 아이가 '돈이 돈을 버는' 이자 혹은 투자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학교 준비물이나 학원비처럼 매달 10만원 이상 들어가는, 비교적 규모가 큰 돈은 용돈에 포함시키지 않고 따로 줘야 아이의 돈 감각에 균형이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의 지출도 늘어나기 때문에 1년이 지나면 연봉 재협상을 하듯, 아이와 '용돈 재협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돈 벌고 써보기

하나은행이 올해 3월 만든 '하나시티(www.hanacity.com)'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산과 지출 과정을 체험하도록 한 사이트다. 이전 어린이 경제 교육 사이트가 경제 상식 나열 정도에 그쳤다면, 이 사이트는 가상 공간 안에서 실제로 생산·지출·저축·기부 활동을 해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실제 통장과 표지 안쪽이 똑같이 생긴 '가상 통장'을 만들면 이자까지 붙여주고 조만간 가상 대출 및 신용카드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어서 아이로서는 사회의 복잡한 경제활동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조선일보
글=김신영 기자 sky@chosun.com
도움말= 손종숙 대한YWCA연합회 청소년금융교육팀 간사, 강호영 전국경제인연합회연구회 운영위원

출처 : 모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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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리나는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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